결혼식답례품

윤석열은 실패한 대통령이다. 그는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처절하게 자폭했다. 문제는 윤석열 개인만 망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대통령직이라는 자리가 그렇다. 채 3년이 안 되는 시간 동안 공동체도 함께 앓았다. 새 정부가 시작되었지만, 우리는 이제야 겨우 조금씩 일상을 회복해가는 중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기원하는 마음이다. 45년 만의 비상계엄을 딛고 정권을 잡은 세력의 성공을 정파를 떠나 바란다. 다시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서. 그런 의미에서 〈김대중의 국정 노트〉는 일종의 ‘족보’다. 대통령 김대중(DJ)이 재임 기간 쓴 친필 국정 노트 27권을 해제했다. 당시 청와대를 출입했던 기자 박찬수가 DJ의 손 글씨를 일일이 독해하고 해설했다.

DJ는 재임 5년 동안 거의 매일 국정 노트를 썼다. 각종 회의를 앞두고 올라온 자료를 자기만의 언어와 비전으로 정리해서 노트에 담았다. 이를 바탕으로 사람을 만났고, 목소리를 냈다.

20년간 봉인된 해당 기록은 DJ 탄생 100주년을 맞이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이를 다 살펴본 저자는 “맨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대통령으로서의 무거운 책임감과 그걸 지탱하기 위한 성실함이다”라고 말했다. 책임감과 성실함은 DJ를 설명하는 결혼식답례품 키워드인 셈이다.

또 다른 단어도 눈에 들어온다. ‘감사 인사’다. 전두환·노태우를 비롯한 전직 대통령들, 이회창 같은 거대 야당 대표, 후임자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와의 만남을 비롯해 각종 기자회견을 앞두고 그가 남긴 메모의 1번은 주로 감사 인사였다. 최전선의 정치인, 대통령의 태도가 담긴 말이다. 물론 DJ의 꼼꼼한 준비가 늘 성공한 건 아니었다. 이회창 총재와 크게 충돌했지만 다시 만나 대화를 이어갔다.

김대중 정부 시절 대한민국과 2025년 대한민국은 외형적으로 많이 달라져 있다. 일본 대중문화를 개방하면서 K콘텐츠 부흥의 발판을 닦았고, 초고속 인터넷망을 보급하면서 디지털 강국의 초석을 깔았다는 이야기는 어느새 까마득한 과거의 일이 되었다. 그럼에도 대통령 ‘업’의 본질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의 부제는 ‘DJ 친필 메모로 읽는 성공하는 대통령의 조건’이다. 그래서 이재명 대통령과 그 주변에 특히 권하고 싶다. 다시는 실패한 대통령을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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